도서 특징
“이곳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1887년 뉴욕, 미치광이가 되기로 한
스물셋 기자의 열흘간의 기록
1887년 뉴욕, 스물세 살의 여성 기자가 정신이상자를 가장해 정신질환자 보호소에 들어간다. 그녀의 이름은 넬리 블라이. 당시 미국 최대의 발행 부수를 자랑하던 신문 《뉴욕 월드》의 의뢰를 받은 그녀는 블랙웰스섬에 자리한 정신질환자 보호소의 실태를 파헤치기 위해 위험천만한 잠입 취재에 나선다.
그곳에서 마주한 현실은 상상 이상이다. 환자들에게 가해지는 폭언과 폭행, 형편없는 음식과 의복, 비위생적인 환경, 무관심한 의사들. 심지어 정신이 온전한데도 가난하다는 이유로 보호소에 갇히거나, 외국인이라 언어가 통하지 않아 자신의 상태를 설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여성들도 있다. 블라이는 그곳에서 수많은 환자들과 함께 먹고 자며 열흘을 보내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보호소의 실상을 낱낱이 기록한다. 그녀의 취재기는 세상에 나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정신질환자 보호 시설에 대한 조사와 100만 달러(현재 가치로 약 3,500만 달러)라는 거액의 예산 증액으로 이어진다. 『정신 병원에서의 열흘』은 탐사 보도의 역사를 바꾼 전설적인 잠입 취재이자, 누구도 듣지 않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한 한 젊은 기자의 대담한 기록이다.
★ 고전·르포·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우리 삶에 깃든 빛과 어둠의 경계를 포착해 내고자 하는 잔상 출판사 〈어스름〉 시리즈의 두 번째 도서.
[줄거리]
늦은 밤, 등불을 켠 채 눈을 부릅뜨고 거울을 째려보는 여자가 있다. 어떻게 하면 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여서 정신 병원으로 끌려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스물세 살의 기자, 넬리 블라이다. 그녀는 옷장에서 허름한 옷을 골라 입고 나가 노동자들을 위한 임시 숙소에서 하루를 묵으며 그곳 사람들에게 미치광이로 낙인찍히는 데 성공한다. 결국 경찰 법원에 끌려가고, 거기에서 다시 공립 종합병원인 벨뷰 병원으로, 또 도시에서 격리된 블랙웰스섬의 정신이상자 보호소로 이동한다. 그 과정에서 경찰, 판사, 의사 등 수많은 전문가 앞에 서지만 그 누구도 그녀가 멀쩡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판별해 내지 못한다.
그녀가 이렇게 공을 들여 미치광이로 보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외부와 단절된 블랙웰스섬 정신질환자 보호소에 수용된 1,600여 명의 여성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다. 마침내 보호소에 잠입한 그녀는 환자들 틈에 섞여 열흘을 보내며 그곳의 실상을 낱낱이 기록한다. 그리고 세상에 공개된 그녀의 취재기는 뉴욕 사회에 거센 파문을 일으키게 되는데…….
도서 상세 이미지 & 목차
서문 · 4
1장. 까다로운 임무 · 9
2장. 시련에 대비하다 · 16
3장. 임시 숙소에서 · 20
4장. 더피 판사와 경찰 · 42
5장. 정신 이상 판정을 받다 · 59
6장. 벨뷰 병원에서 · 66
7장. 고지가 눈앞으로 · 85
8장. 정신질환자 보호소에 들어가다 · 97
9장. 전문가(?)의 진찰 · 106
10장. 첫 번째 저녁 식사 · 114
11장. 욕실에서 · 120
12장. 광인들과의 산책 · 137
13장. 목 졸리고 매 맞는 환자들 · 151
14장. 안타까운 사연들 · 161
15장. 병원 생활의 소소한 일화 · 178
16장. 작별의 시간 · 185
17장. 대배심 조사 · 194
옮긴이의 말 · 202
출판사 서평
탐사 보도의 역사를 바꾼
전설적인 잠입 취재
19세기 후반 미국에서는 도시의 성장과 함께 신문 산업도 폭발적으로 팽창했다.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신문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범죄와 사건, 스캔들을 전면에 내세운 기사들이 인기를 끌었고, 한편에서는 기자가 사회의 어두운 곳을 직접 찾아가 부조리를 폭로하는 새로운 형태의 보도도 성장하기 시작했다. 1883년 조셉 퓰리처가 인수한 《뉴욕 월드》는 이러한 변화의 한복판에 있었다. 퓰리처는 대중의 눈길을 끄는 과감한 지면을 만드는 동시에 빈민가의 열악한 환경과 이민자 문제, 부패와 사회적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기사화했다. 신문은 더 이상 일어난 사건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춰진 현실을 세상에 드러내 변화를 촉구하는 수단이 되어가고 있었다.
넬리 블라이가 기자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무렵이었다. 그러나 여성 기자에게 허락된 영역은 좁았다. 여성의 삶이나 가정, 패션과 사교계에 관한 기사가 주로 맡겨지던 시대에 블라이는 공장 노동자의 처우와 빈곤처럼 사회의 현실을 직접 취재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1887년 《뉴욕 월드》는 스물세 살의 블라이에게 뉴욕 블랙웰스섬 정신질환자 보호소에 환자로 들어가 그 내부를 취재하라는 파격적인 임무를 맡긴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서 찾은
화려한 도시 뉴욕의 이면
당시 보호소는 단순한 의료 시설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19세기 미국에서는 정신질환자를 감옥이나 구빈원에 방치하는 대신 별도의 시설에서 보호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개혁이 이루어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공공 보호소는 과밀과 재정 부족에 시달렸다. 치료와 회복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점차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격리하고 관리하는 공간으로 변해간 것이다. 게다가 그 폐쇄성 탓에 보호소 내부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외부에서는 도무지 알아낼 방도가 없게 되었다.
블라이의 취재가 특별한 것은 바로 그 폐쇄적인 시설의 내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안으로 기자 자신이 직접 들어갔다는 데 있다. 그녀는 밖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거나 시설을 잠시 둘러보는 대신 정신이상자를 가장해 실제 환자와 같은 절차를 거쳐 수용되었다. 그곳에서 블라이는 인간이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을 목격한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도 제공되는 옷가지는 너무나 빈약했으며, 도저히 씹어 삼킬 수 없는 음식이 식사로 나오는 것을 물론이고, 간호사들이 습관처럼 혹은 일종의 유희처럼 환자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쏟아냈다. 환자들의 그 어떠한 요구도 어디로 가닿을 수 없는 구조였다. 기회의 땅이라는 뉴욕의 명성이 무색하게도 뉴욕주 어느 한구석에서는 사회의 최약자들이 그렇게 고통 속에 방치되어 있었다.
노트와 연필 한 자루로 남긴 열흘간의 기록
미국 사회에 거대한 파문을 일으키다
보도가 세상에 나온 뒤 파장은 기사에만 머물지 않았다. 블라이는 대배심의 조사에 참여해 다시 보호소를 찾았고, 배심원단은 그녀의 증언을 받아들여 시설의 개선을 권고했다. 뉴욕시는 이후 정신질환자 보호를 위한 예산을 크게 늘렸다. 블라이는 책의 서문에서 자신의 보도를 계기로 연간 100만 달러(현재 가치로 약 3,500만 달러)가 추가로 배정되었다고 기록했다. 한 기자의 잠입 취재가 여론을 움직이고, 조사와 예산 확대라는 현실의 변화로 이어진 것이다.
『정신 병원에서의 열흘』은 그래서 한 보호소의 참상을 기록한 책으로만 읽기에는 아깝다. 이 기록의 뒤에는 급성장하던 대도시 뉴욕과 대중신문의 등장, 빈곤과 정신질환을 바라보던 19세기의 시선, 그리고 사회가 외면한 사람들의 삶을 직접 찾아가 기록하기 시작한 저널리즘의 변화가 겹쳐 있다. 무엇보다 블라이는 보호와 치료의 대상이라는 이유로 정작 자신의 목소리를 빼앗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가져왔다. 기자가 무엇을 보도할 것인가를 넘어, 누구의 말을 듣고 누구를 대신해 질문할 것인가를 보여준 것이다. 1887년의 열흘이 탐사보도의 역사에서 여전히 기억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 소개]
지은이 넬리 블라이 Nellie Bly
186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엘리자베스 제인 코크런이다. 지역 일간지에 여성의 사회 진출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린 것을 보고 항의 편지를 보냈다가 편집장의 눈에 들어 21세에 기자 생활을 시작한다. 이후 조셉 퓰리쳐가 사주로 있던 《뉴욕 월드》에서 정신 병원 잠입 취재를 제안받으며, 뉴욕의 블랙웰스섬에 위치한 정신질환자 보호소의 실태를 낱낱이 밝히는 기사를 발표해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다. 25세에는 다시 한번 《뉴욕 월드》의 기획으로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 속 기록에 도전해 72일 만에 세계 일주에 성공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떨친다. 30세에는 사업가 남편과 결혼했으며, 남편의 사망 후 철제 용기 등을 제작하는 회사를 직접 운영하며 제품 발명에 참여해 특허를 내기도 했다. 50세에는 제1차 세계 대전 종군 기자로 활동하며 분야를 넘나드는 다양한 도전을 계속해서 이어가다가 57세의 이른 나이에 폐렴으로 생을 마감했다.
옮긴이 최지원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에머슨 대학(Emerson College)에서 미디어 아트를 전공했다. 미국에서 문화산업 관련 일을 했으며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영상을 번역해 왔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자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역서로는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디즈니 철학 수업』, 『마이 샐린저 이어』,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 『영화가 좋다 여행이 좋다』, 『왜의 쓸모』, 『사랑의 추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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