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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에 숨겨진 역사 읽기

작성일 :
2015-06-29

그림 속에 숨겨진 역사 읽기

“ 미술은 가장 진실한
시대의 기록이다 “

모든 예술 작품에는 알게 모르게 그 시대의 상황이 녹아 있다. 따라서 당대의 사회 상을 충실하게 반영했던 뛰어난 예술 작품은 오랜 세월이 지난 후, 그 스스로 역사 가 된다. 미술 작품 속에 숨겨진 사회 현실을 파악한다면, 승자에 의해 쓰여진 왜곡 된 역사가 아닌 진실한 역사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1

메두사호의 뗏목

1819 / 테오도르 제리코 / 캔버스에 유채 / 491×716cm / 루브르 박물관

부패한 사회의 상징적인 사건

제리코는 18개월 만에 이 걸작을 완성했고, 그 후로도 끊임없 는 수정 작업을 거쳐 1819년에야 비로소 이 그림을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지 이미 많은 세월이 흘러 출품되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은 그림 앞에서 전율을 느꼈다. 사실 적으로 묘사했을뿐더러, 사건 자체가 사회에 가져온 파장이 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히 배가 난파했을 때 선장이 혼자 대피했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은 프랑스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문제의 선장이 이 사건으로 받은 벌은 고작 징역 3년이었고 이런 왕정체제를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당시 프랑스 사회가 얼마나 부패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제리코는 다시는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최대한 사실적으로 작품을 표현해 역사 속에서 기억되도록 하였다. 개인의 행복과 자유를 억압하는 나쁜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주고자 했다. 하지만 이런 비극적인 사건은 역사 속에서 계속 반복되었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을 보며 최근 있었던 많은 사건들이 떠오르지 않는가. 비록 되풀이되는 역사를 멈출 수는 없다고는 해도, 제리코처럼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정확히 사건을 재생하는 노력을 한다면 거짓이 역사가 되는 비극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작품은 예술을 정치적 저항이라는 민감한 영역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다. 난파선의 생존자들이 그들을 구출해 줄 범선을 발견한 극적인 순간을 웅대한 스케일로 묘사하고 있다. 실제 사건을 낭만적 상상력으로 재현하여 극적 효과를 최고조로 표현한 이 작품은 작가 테오도르 제리코의 상상 속 장면이지만 매우 강한 현장감을 띠고 있다.

메두사호의 침몰

1816년 7월, 400여 명의 군인과 소수의 귀족을 실은 ‘메두사호’가 식민지 세네갈로 출항했다.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의 세네갈로 많은 프랑스 사람들이 이민을 가곤 했다. 그런 이민자들을 태운 메두사호가 암초에 부딪혀 바다로 가라앉게 되었다. 배에는 400여 명의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구명보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무능한 함장은 배가 난파되자 자신보다 하층 계급이라 여긴 승객들을 버린 채, 돈 많고 힘있는 사람들, 높은 직책의 선원 등과 함께 구명보트에 올랐다. 나머지 선원들과 승객들은 구명보트와 연결된 뗏목에 올랐다. 하지만 구명보트에 탄 사람들은 가혹하게도 그 밧줄을 끊고 그곳을 탈출했다. 그렇게 망망대해를 떠돌게 된 뗏목은 12일 후, 열다섯 명의 병사들만이 살아남은 채 그림 속 멀리 보이는 수평선 위의 배에 의해 구조되었다

사실과 예술의 결합

이 작품에서 사실과 예술은 매력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제리코는 작품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직접 병원을 찾아가 병자들과 죽어가는 이들을 세심하게 관찰했고 생존자를 만나 사건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그림 왼편, 죽은 시신을 한 팔로 잡고 있는 남자는 핏빛 천을 머리에 두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린 듯한 남자의 무표정함은 늘어져 있는 시신들보 다 더한 절망감을 준다. 구조선을 향해 깃발을 흔드는 사람들의 모습은 처절한 절규에 가깝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다소 칙칙한 갈색 톤은 그들이 처한 현실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든다. 이 처럼 사건의 진실을 실감나게 재현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이 작품은 사실주의 미술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