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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에 숨겨진 역사 읽기

작성일 :
2015-03-09

그림 속에 숨겨진 역사 읽기

“ 미술은 가장 진실한
시대의 기록이다 “

모든 예술 작품에는 알게 모르게 그 시대의 상황이 녹아 있다. 따라서 당대의 사회상을 충실하게 반영한 뛰어난 예술 작품은 오랜 세월이 지 난 후, 그것 스스로 역사가 된다. 미술 작품 속에 숨겨진 사회 현실을 파악한다면, 승자에 의해 쓰여진 왜곡된 역사가 아는닌 진실된 역사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역사

환정상과 그의 아내

작가 쿠엔틴 마세이스 / 연도 1514년
매체 패널에 유채 / 크기 71×68cm / 소장 루브르 박물관

이 그림의 제목은 ‘환전상(money charger)과 그의 아내’라고도 하고, ‘대부업자(money lender)와 그의 아내’라고도 한다. 이렇게 두 가지 제목이 있는 이유는 그림이 그려질 당시인 16세기에는 환전상이 대부업자를 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림 속 남자는 무표정한 모습으로 부지런하게 각종 금화와 은화, 동전의 무게를 재고 있고, 그 옆에서 성경책을 읽던 부인은 잠시 성경 읽는 것을 멈추고 남편이 돈을 세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부부의 주변에는 고급 유리병, 귀금속, 책, 이국적인 과일 등 진귀한 물건들이 가득하지만 두 사람의 시선이 모두 ‘돈’에 쏠려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고리대금업 = 죄악’으로 불리던 시기

중세와 근대에 이르기까지 고리대금은 곧 죄악이었다. 널리 알려진 작품인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을 비롯해 고리대금업자들은 사형집행인과 함께 가장 나쁜 인간으로 묘사되었다. 이자를 받지 말라는 성경 구절을 바탕으로, 이자 수취를 금지하는 법이 존재했고, 샤를마뉴 대제는 이자 받는 대금업을 아예 금지하는 칙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세 후기가 되어 상업과 국제 무역이 발달하면서 대출을 받아 사업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이자를 받는 것이 죄악인가 하는 의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1543년에는 이자가 합법화되었다.

문화예술 면에서 르네상스 시대였고, 또한 종교개혁의 시대였던 16세기는 이자에 대한 뿌리 깊은 부정적 견해와 새로운 긍정적 시각이 혼재하던 시기였다.

그림 속 숨겨진 경고의 메시지

단순하게 보자면 유럽에서 가장 부유했던 네덜란드 상인들의 일상을 나타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의 숨겨진 메시지가 담겨있다. 남자의 아내는 성모자가 그려져 있는 성경책을 넘기다가, 남편이 하는 일을 넘겨다 보고 있다. 이 작품이 소장된 루브르 박물관의 설명에 따르면, 그녀는 지금 ‘한낱 부질없는’ 속세의 재물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뒤쪽 찬장에 있는 불꺼진 양초는 그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이다. 불에 타서 줄어드는 양초처럼 인간의 생명이 유한하다는 것과, 인간이 죽으면 이러한 세속의 물질적인 일들이 모두 부질없다는 뜻이다. 또 찬장에 있는 금빛 사과는 최초의 여인 이브가 뱀에게서 받은 사과, 즉 인간이 저지른 원죄를 상징한다. 이 역시 돈에 눈먼 부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사물이다.

그림에 대한 상반된 견해

앞에서 설명했듯이 일반적으로 이 그림은 사치품과 돈에 눈 먼 신흥 졸부들을 꼬집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산토스 마누엘 레돈노’라는 스페인의 학자는 그의 논문에서 이 그림에 도덕적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것보다는, 당시 플랑드르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던 경제행위를 묘사한 것일 뿐이라고 해석한다. 그림 속 환전상과 그의 아내가 특별히 추악하거나 우스꽝스럽게 보이는지 반문하며, 이 그림을 풍자화로 보는 것 자체가 현대사가들의 과도한 해석이고 편견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부인의 성경책 또한 대부업을 포함한 금융업이 더 이상 그리스도교 교리와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 그림의 원래 틀에는 ‘저울은 정확하고 무게는 같아야 하리라’는 글귀가 있었다고 한다. 이는 성서의 레위기에 나온 구절인 “너희는 재판할 때나 물건을 재고 달고 되고 할 때에 부정하게 하지 마라. 바른 저울과 바른 추와 바른 힌을 써야 한다.”라는 하느님의 경고를 주제로 하고 있음을 확실히 알려준다. 이 작품이 풍자화인지, 단순히 시대상을 나타낸 장르화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돈을 다루는 데 있어서 정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것만큼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