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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레이스 여행기 <고흥의 두 얼굴, 팔영산과 소록도>

작성일 :
2019-05-21
HOT Place 고흥의 두얼굴,
팔영산과 소록도
산

오금이 저려도 오르고 싶은 팔영산

  순천만과 보성만을 사이에 두고 육지에서 남해안으로 돌출되어 있는 고흥 반도는 한국 최초로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린 나로도를 비롯해 소록도 등 많은 부속섬들과 봉우리가 8개인 팔영산이 있어 산과 바다의 경관이 잘 어우러진 곳입니다. 팔영산은 바다와 경계를 이루는 곳에 다양한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산으로, 능선에 오르면 바다에 섬들이 촘촘히 보석처럼 박힌 다도해가 한눈 에 들어오고 여덟 봉우리의 장엄함에 감탄하게 됩니다.

  팔영산에 올랐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등골이 오싹하고 겁에 질리면 오금 이 저릴 것 같은 아찔함의 연속이 팔영산 봉우리를 지나는 내내 이어집니다. 숨이 차오를 때면 ‘힘든 곳을 왜 오르려 하느냐’는 우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 다. 하지만 우문은 능선에 이르면 언제 그랬냐는듯 사라지고 맙니다. 능선에 서 만나는 전경에 금방 감흥하고 동화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우문에 대한 답 을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답을 얻기까지 팔영산은 그 길을 쉽사리 내 주지 않습니다. 초입에서부터 마지막 팔봉까지 이르는 길은 험해서 때로는 오금마저 저리게 합니다. 더욱이 팔봉 봉우리마다 상서로운 신령들이 깃들어 있다고 하니 이처럼 기가 센 산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팔영산은 설악산 기암 의 한 단면을 잘라다 놓은 듯한 절경입니다. 기암으로 뛰어난 홍천의 팔봉산 에 전혀 밀리지 않을 만큼 산세 역시 빼어납니다. 그러니 신령이라면 당연히 멋진 봉우리 하나쯤 차지하고 유유자적하고 싶지 않을까요? 봉우리 하나 오 를 때마다 술래잡기하듯 다도해가 각기 다른 각도로 펼쳐지고 실핏줄처럼 이 어지는 길과 강이 한눈에 듭니다. 팔영산 정상부에서 맑은 날에는 대마도까 지 보인다고 하니 그 빼어남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정상부에서 한참을 유 유자적하며 신선놀음을 합니다. 오르면서 머릿속을 꽉 채우던 우문은 사라졌 고흥의 두 얼굴, 팔영산과 소록도 Fun Fun한 상식 핫 레 플 이 스 HOT Place 습니다. 이것이 산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요? 뒤돌아보기 아찔할 정도의 긴장을 참아내며 산을 오르고 나면 다행스레 하 산하는 길은 울창한 숲과 흙길로 이어집니다. 산 아래에 이르면 마저 숨고르기를 하라는 듯 천년 고찰 능가사가 고즈넉이 반겨줍니다. 한때 호남 불교의 중심지였던 능가사는 번영을 누렸던 시절에 비하면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으나 고즈넉한 현재의 모습이 외려 더 아늑하게 느껴집니다. 유영봉, 성주봉, 생황봉, 사자봉, 오로봉, 두류봉, 칠성봉, 적취봉 등 봉우 리가 8개인 팔영산은 2011년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팔영지구로 지정됐습니다

무지(無知)를 후회하다 - 소록도

갓김

  과거에 “문둥병(한센병) 환자는 사람 간을 빼먹고, 그들 근처에만 가도 문 둥병에 걸린다”는 터무니없는 편견과 핍박에 시닫리던 한센병 환자들은 일제 강점기 당시 소록도에 강제 격리됐습니다. 또한 그시절 우리가 받았던 반공 교육처럼, 알고 있던 나병 환자에 대한 정보가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을 어른 이 되서야 깨닫게 되었으니 자의든 타의든 분명 무지몽매한 시절을 지나왔음 이 분명합니다. 소록도를 걷습니다. 핍박으로 절규하던 목소리가 구석구석에 서 들리는 듯합니다.그리고 가슴 한편에서 무지했던 어린 날의 제 모습과 철없는 행동으로 상처받았을 그들이 떠오릅니다. 교육을 잘못 받았든, 헛소문을 듣고 오인을 했든 가해자는 ‘저’이기 때문 에 절대 그때, 그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몹시 미안하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소록도에 한센병 환자를 격 리하기 위해서 자혜병원이 들어선 때는 일제강점기였던 1916년입니다.




갓김

이후 소록도는 외부인들에게는 접근해서는 안 될 섬으로, 한센인들에게는 통한의 섬이 되었습니다.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격리된 한센인들은 이곳에서 엄청난 핍박과 심 지어 생체실험까지 당했습니다. 한센병이 전염된다는 그릇된 정보 때문에 일제강2019-05-20 점기뿐만 아니라 광복 후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서도 격리 정책은 그대로 이어졌 고, 한센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강제로 부모와 격리되었습니다. 면회 시 에도 거리를 두고 만나게 하는 등 인권침해의 대표적 사각지대가 소록도였던 것 이었습니다. 그 이후 한센병은 신체 접촉만으로는 전염된 사례가 없다고 발표되 었고, 발병해도 초기에 치료하면 완치되기 때문에 격리가 필요없다는 사실이 밝 혀졌으나, 아직도 대다수 사람들로부터 심정적 냉대를 받는 게 사실입니다. 섬의 모양이 작은 사슴을 닮아 소록도라 불리는 이곳은 현재도 한센병 환자들이 살고 있습니다. 섬으로 가는 길은 이젠 다리가 놓여 접근이 용이합니다. 섬 곳곳에는 참혹했던 역사의 현장이 고스란히 보전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