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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로 보는 역사

작성일 :
2016-05-31

건축물로 보는 역사

“ 건축은 역사의 부분이고
과정이며 미래이다 “

“천사가 설계한 신성한 공간”
 무언가를 짓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는 안락한 은신처를 찾는 자연스럽고도 근본적인 욕구를 따른다. 그렇기에 건축은 인간의 삶 속에 항상 존재해 왔다. 인간이 문명을 발달시켜 온 과정, 사회구조의 변화, 권력의 형성 과정 등 인간이 거쳐 온 많 은 역사적 사실들이 건축물을 통해 드러난다. 당대 시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졌던 역사를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건축물을 통해 생생한 역사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1

판테온(The Pantheon)
이탈리아 로마 / 126년 / 하드리아누스 황제 / 로마 고전 건축 양식

그러나 아그리파의 판테온은 몇 번의 화재를 겪으면서 신전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할 만큼 파괴되었다. 판테온을 오늘날의 모습으로 다시 지은 하드리아누스 황제 역시 판테온의 재건을 통해 로마의 관용의 정신을 강조하려 했다. 스스로도 건축가를 자처할 만큼 건축에 조예가 깊었던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목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돌만으로 완벽한 원형 돔의 판테온을 만들어냈다.

로마 건축사상 불후의 명작이라고 평가받는 판테온은 기원전 25년에 로마의 모든 신들을 모시기 위해 처음 만든 신전으로, 기원후 120년경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로마의 대화재로 소실된 것을 재건하기 시작하여 안토니우스 피우스 황제 때 완성된 것이다. 목조 틀과 벽돌로 형틀을 이루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부어 만들었으며 원형 천장에는 둥근 창을 뚫어 놓았다. 기하학적으로 완전한 비례를 자랑하는 대표적 건물로 훗날 르네상스 시대의 원당 형식 건물의 원형이 되었다.

로마제국이 실천한 관용의 상징

판테온(‘모든 신’)은 로마시대의 모습을 거의 완벽하게 간직하고 있는 마지막 건축물이다. 로마제국이 실천한 관용의 상징이기도 하다. 로마제국은 조그만 도시국가에서 출발해 유럽·아시아·아프리카 세 대륙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했고, 무려 1,000년 이상 왕성한 활동력을 유지했다. 이토록 긴 생명력의 원천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로마제국이 결코 잊지 않았던 ‘관용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복한 지역의 관습, 제도, 인재는 물론이고 종교까지 포용했던 그 관대함이야말로 로마제국에 새로운 생명력을 끊임없이 불어넣어준 원천이었다. 로마제국이 존재하던 시대에는 다신교가 대세였다. 그들은 오직 하나의 신만이 존재한다는 유일신앙 같은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실제로 많을 때는 그 수가 30만을 헤아렸을 정도다. 그중에는 로마인이 보지도 듣지도 못한 온갖 잡신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로마는 판테온을 지어 그런 잡신들까지 끌어안는 관대함을 보여주었다.

정치적 의도와 함께 건설된 판테온

판테온은 기원전 1세기 말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 마르쿠스 아그리파가 세운 신전이다. 제국의 2인자였던 아그리파가 판테온을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새롭게 출범한 제정 로마가 건국 이래 유지해 온 관용의 정신을 변함없이 계승할 것임을 제국 전역에 선언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판테온 건설은 성공적인 공공사업이었다.

천사의 설계

판테온은 경이롭게도 높이 43.3m의 건물 안에 기둥이 하나도 없다. 반원형 지붕과 아치의 원리를 이용해 오직 벽만으로 건물을 지탱하고 있다. 반원형의 지붕에는 지름 9m의 구멍이 뚫려 있어 채광창 구실을 하는데, 자연채광만으로도 조명이 가능하다. 비가 내릴 때는 천장의 구멍으로 비가 들이치기는 하지만 그리 많은 양이 들어오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 또한 판테온에 숨겨진 놀라운 사실인데, 건물 안의 더운 공기가 상승하면서 들이치는 비를 밖으로 밀어낸다. 그리고 미처 날아가지 못한 물이 바닥에 떨어졌다해도 미세하게 뚫어놓은 대리석 바닥의 배수 구멍으로 나머지 빗물까지 모두 빠져나가게 되어 있다.

판테온의 후예들

판테온은 서양 건축에 매우 큰 영향을 줬다. 서양의 돔 양식은 어쩌면 모두가 판테온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렌체 건축가 부르넬레스코는 이러한 판테온의 놀라운 건축 방식을 통해 피렌체의 두오모를 완성시켜 르네상스 최고의 건축가로 평가받았으며, 미켈란젤로도 ‘천사의 설계’라 극찬하며 판테온 원리를 연구하여 성 베드로 성당의 돔을 완성시켰다. 판테온은 그 건축양식뿐만 아니라 이름에서도 서양 공공 건축물의 대명사가 되었다. 유럽 도시 곳곳과 남미 각 나라의 수도에는 판테온이라는 공공 건축물이 있고, 그것은 그 나라의 대표적 위인의 공식 묘로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