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최근 ‘화장실 전쟁’이 불붙고 있다. 발단은 노스캐롤라이나 주가 성전환자의 공중화장실 이용과 관련해 태어날 때 출생증명서에 기록된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정하면서 불거졌다. 팻 매크로리 (공화당) 주지사의 서명을 거쳐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 중인 법안은 주내 모든 자치단체의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례 제정을 금지하고, 인종·성차별과 관련한 소송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실제로 미국에서 최소 13개 주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이와 비슷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권단체와 대기업, 스포츠 단체, 유명 스타들이 항의 시위에 나서면서 ‘화장실 전쟁’으로 격화됐다. 이들은 이 법안이 대표적인 성소수자 인권 차별법이라며 ‘노스캐롤라이나 보이콧’ 캠페인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성소수자 차별법을 시행하는 노스캐롤라이나와 미시시피 주에 공무원의 출장을 금지하는 조처를 내린 주 정부와 시 정부 수도 늘어나고 있다.
정치권에도 ‘화장실 전쟁’의 불똥이 옮겨 붙고 있다. 공화당 경선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4월 21일 NBC방송이 주관한 타운홀 미팅 인터뷰에서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성소수자 차별 반대 금지법을 놓고 “문제가 많다.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경선 2위 주자인 테드 크루즈 (텍사스)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트럼프는 이제 성인 남자가 어린 소녀들의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허용하라는 요구에 가세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의 제4연방고등법원은 트랜스젠더 고교생 개빈 그림이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화장실을 쓰게 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그림의 손을 들어줬다. 또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 남쪽에 있는 고등학교 과정의 산티교육센터는 지난 4월 16일부터 성전환자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남녀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성 중립 화장실’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