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모두 괴로워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 놓고 에어컨을 켜지 못한다. 폭염보다 무서운 ‘전기요금 폭탄’ 때문이다. 그래서 선풍기로 버티다가 백화점이나 마트·카페 등으로 가서 더위를 피하는 반면, 상점들은 추울 정도로 시원하게 에어컨을 켜놓고 문을 열어놓는 이상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전기요금 누진제에서 발생한다. 산업용 전기요금과 달리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4년 처음 도입되어 몇 차례의 제도 개편을 통해 2007년에 현재의 제도로 확정된 것으로, 전기를 많이 사용할수록 요금 단가가 높아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가정용 전기요금은 6단계로 나눠 1단계(처음100kWh까지)는 전력량 요금이 60.7원, 6단계(500kWh 초과)는 709.5원이다. 이러한 누진제를 통해 전기절약과 전기를 적게 쓰는 저소득 가구의 전기요금을 낮춰 소득 재분배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대부분 이러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10년 전에 비해 소비수준이 높아지고 가구당 전력소비가 크게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의 경우 역시 전력소비가 적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현 실정과는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매년 커지고 있다. 특히 다른 해보다 유독 심한 폭염에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한 시민들의 ‘전기요금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이 급증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전기요금 체계를 바꾸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고, 온 국민의 관심 역시 이에 집중되어 있는 상태이다. 정부나 환경단체 등에서는 누진제를 폐지할 경우 급등하는 전력소비를 우려하여 현 제도의 유지를 고수하는 입장이지만 다수의 국민들의 누진제 폐지 요구의 목소리도 큰 만큼, 관련 학계의 의견과 연구 결과 등의 검토를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따져 보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논란을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