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거나 하동을 지나 창선대교나 국내 최초 현수교인 남해대교를 건너야 합니다. 남해대교 아래에는 여수만과 사천만을 이어주는 좁은 해협이 있습니다. 이곳은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던 노량해전의 격전지, 노량해협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이곳에서 적의 배 400여척을 침몰시켰으나 장군 역시 적의 화살에 맞아 순국한 곳이죠.
남해도는 해발 700여미터에 이르는 망운산, 보리암으로 유명한 금산 등 빼어난 산과 한려해상의 바다가 조화를 이루고 이순신순국공원 등 역사유적과 다양한 유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특히 남해 12경 가운데 첫 번째인 금산과 보리암, 그리고 수백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전통 어업방식인 지족해협 죽방렴과 척박한 환경을 이겨낸 가천마을의 다랭이논은 국가지정 3대 명승지로서 남해 여행의 필수 코스입니다. 이렇게 볼 것 많고 즐길 것도 다양한 남해도를 가리켜 ‘보물섬’이라고 부르며, 남해군에서는 미조리 죽방멸치축제 등 다양한 축제를 해마다 열고 있습니다.
남해금산과 보리암
국가명승 제39호인 남해 금산에는 천년 고찰 보리암이 있습니다. 원효대사는 이곳에 초당을 짓고 수도를 하며 보광사라 명명하는데, 훗날 조선 태조 이성 계가 보리암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보리암은 낙산사 홍련암, 석모도 보문사와 함께 불교 신자들에게는 3대 관음 성지이며 기도처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종교에 상관없이 보리암을 찾는 발걸음은 끊이지 않습니다. 금산의 정상인 망대와 절 앞으로 펼쳐지는 한려해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사방으로 탁 트인 전망과 끝없이 펼쳐지는 쪽빛 바다, 이른 아침 섬들 사이를 비집고 오르는 일출은 두말할 나위 없는 장관이거니와 비단결처럼 내려앉은 낙조 또한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멎게 합니다.
지족해협 죽방렴
죽방렴(竹防簾)은 조수 간만의 차가 큰 바다에 말뚝을 V자 형태로 나열하여 박고 그 끝에 대나무를 원통형으로 촘촘히 박아 통발을 만들어 잡는 방식으로, 서해나 남해안 일대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어업 방식으로 조업을 해왔고, 그 명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해와 창선도 사이의 지족해협은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곳으로, 문헌 기록에 따르면 500여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창선대교 부근에는 수십기의 죽방렴이 설치되어 장관을 이룹니다. 죽방렴으로 잡히는 물고기 어종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죽방멸’이라고 부르는 멸치가 가장 많이 잡힙니다.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 지족해협을 오가는 멸치들이니 크기도 크지만 맛이 뛰어나고 신선하여 멸치 중에 으뜸이라 불립니다. 이러한 까닭에 미조면 일대에는 죽방렴으로 잡은 멸치회와 쌈밥을 내놓는 식당들이 많습니다.
가천다랭이마을
깎아지른 듯한 경사면에 들어선 오지마을로, 한눈에 봐도 척박한 곳임을 알 수 있습니다. 눈앞이 바다인데 배 한 척 정박할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배가 드나드는 선착장도 없이 각도 40도에 이르는 가파른 산비탈뿐입니다. 그래서 이곳에 돌로 담을 쌓아 논배미를 만들었는데, 하나둘 쌓다 보니 어느새 108층의 계단과 680여곳의 다랭이논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 수백년이 넘었다고 하니 조상 대대로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머릿속엔 분명 다랭이논이 각인되어 있을 겁니다.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 아름다움과 가치에 있어 충분히 보호받을 만하다 하여 국가에서는 명승 제15호로 지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