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재난상황에서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등장했다. 지난 2월 29일 이재웅 쏘카 대표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재난 기본소득 50만원을 어려운 국민들에게 지급하자”는 제안을 내놓았고, 박주현 민생당 공동대표와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역시 “한시적 기본소득 지급”을 제안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포용국가비전위원장도 비슷한 취지로 “긴급생활지원금 지급”을 거론했다. 심지어 미래통합당에서도 이재웅 대표의 제안에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다양한 정파에서 유사한 제안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난기본소득의 근간인 기본소득(Basic Income)을 처음 제시한 사람은 독일 기업인 괴츠 W. 베르너로, 그는 2004년 독일 시민 모두에게 매월 1,500유로(약 210만원)를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을 주장했다.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아무 조건
없이 일정 소득을 국가나 지방정부가 지급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대선 때 청소노동자 출신 무소속 김순자 후보가 내건 월 33만원의 ‘국민기본소득제’가 최초의 정치공약이었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 농민·청년·사회적 약자 등 특정계층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제한적, 조건부)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제안이나 관련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재난기본소득 역시 그 취지는 기본소득 일반과 유사하지만, 일종의 ‘조건부 기본소득’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때에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사태 대응을 위해 11조 7,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하고, 사회 취약계층 580만명에게 2조 6,000억원가량을 지역사랑상품권과 현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재난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처음으로 제한적으로나마 구현한 셈이다. 내수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 상황에서 수출이 동시에 위축돼 일자리 감소와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내수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내수시장을 키울 수 있는 대책으로서 재난기본소득제를 내세운 것이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재난극복과 경기부양을 위해 재난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해 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이 42.6%, ‘반대’가 47.3%로 찬반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대체로 진보층에서는 찬성이, 보수층에서는 반대가 앞섰다.